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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허기마저 채워주는 공간김종원작가의 일상의 고독

글 김종원작가                                                사진 이영랑 배우 

 


애써 외면해서 몰랐던 자신의 안부를 묻는 시간

독일 바이마르 사색투어에서 돌아와 "바이마르에 집을 하나 사서 6개월은 거기에 나머지 6개월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에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영랑 배우에게 문자가 왔다.​"작가님 독일은 잘 다녀오셨어요? 제가 꼭 소개하고 싶은 맛집이 있어요."
"거기가 어딘가요?"라는 내 말에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근처에 있는 <양빠>라는 곳입니다."라고 답했고, 기분 전환이라도 하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바로 약속을 정해 만났다. 그렇게 평소 자주 들리는 맛집이 가득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양빠>, 4층으로 올라갔다.

 

 

인생을 살면 결과가 정확하게 예상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음식도 그렇다.

재료와 요리 방식에 따라 그 맛의 결과가 눈에 확연하게 보인다. 깍둑썰기로 썰어서 한쪽 면이 살짝 익으면 다시 작은 크기로 분리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썰어서 육면체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육면이 모두 향긋한 숯향으로 코팅이 되었고, 미세하게 수축하며 떨리는 모습을 내내 지켜봤다. "이거다!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인공의 단맛이 아닌, 적당히 수분을 날린 고슬고슬한 고기가, 마치 솜털처럼 포근하게 내 안에 들어왔다. 처음 즐기는 양고기를 씹는 동시에 어떤 고기의 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식감이 나를 즐겁게 했다. 그 감동을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까?
"노릇노릇한 고기를 씹자 마자 육즙이 쏟아져 나왔다."
 

 

 

​과하지 않은 단맛과 짠맛이 공간의 느낌을 대변해줬고, 미국 뉴욕의 근사한 재즈바에서 혼자 멋진 음악을 즐기며나만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고풍스러운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공간 전체에는 음악을 머금은 멜로디의 향기가 가득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특별한 지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든 장소다."
 

 

입에 과한 선물을 받을 때마다 나는 눈을 감는다. 아니 저절로 눈이 감기고 어떤 풍경이 떠오른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양빠>, 결국 모든 손님을 사랑하는 지인을 대하듯 정성껏 대접하겠다는 의미겠지.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내면을 깨우는 멋진 공간에서는 자꾸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있다. 산책을 하듯 내부를 걷고, 정상에 올라 시원한 공기를 들여 마시는 것처럼 공간에 깃든 마음을 내 안에 번지게 했다. 음식 맛의 반은 재료와 조리 과정이 나머지 반은 공간이 주는 이미지가 결정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반은 역시 음악이다. 듣기만 해도 귀가 반응하는 조용하지만 깊은 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알텍 랜싱(ALTEC LANSING) 스피커를 타고 이 공간을 '따뜻한 온기'라는 손님으로 만석을 만들었다. 적당히 탄력 있는 소리와 악기의 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스피커가 양빠의 양고기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24시간 감상해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소리와 매력적인 양고기, 둘의 결합으로 이 공간은 더욱 완벽해졌다.

 

 

내 정신은 다시 바이마르로 날아갔다.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그때 엄청난 화력을 발휘하며 숯이 타고 있었고,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멋진 고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누군가 저렇게 뜨겁게 자신을 태우며 희생해야 한다. 한 사람의 열정은 다른 한 사람이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 마음이 내게 이런 시를 쓰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이유는,

비를 내릴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한 방울도 저절로 내리는 비는 없다.

 

높이 오르려면 

높이 생각해야 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자유롭게 생각해야 한다.

 

그대가 낮은 곳에서 방황하는 이유는

높이 생각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당장 원하지 않는 삶을 사는 이유는

자유롭게 살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날아갈 준비를 하는 멋진 새다.

당장 창공을 향해 날지 않는다고,

새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그대가 그대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날아갈 준비를 하라.

 

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면

더 멀리 멋지게 날 수 있고,

자유롭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면

그대가 원하는 완벽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멈춰서, 갈망하고, 준비하라." 

 

좋은 공간에서 근사한 고기와 음악을 동시에 즐기며, 나는 나도 모르게 내면에 접속해 삶의 해답을 찾았다. 나의 색을 고민하며 방황할 때마다 고독은 언제나 나를 구원해준다. 

"스무살이나 마흔이나 하루에 주어진 고독의 양은 같다."

멋지게 타오르는 숯과 양고기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평범하고 무난하게 사는 게 더 힘들어. 모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지. 자신을 깎고 또 다듬어야 하는 거야. 얼마나 힘드니? 우리, 멋지게 타오르자! 저지르고 시작하는 삶은 오히려 후회도 신경도 쓸 필요가 없으니까."

 

좋은 스피커를 만드는 사람은 기술자인 동시에 음악을 즐기는 예술가이어야 한다. 하나만 바라보며 가기 위해서는 양쪽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삶도 그렇다. 보통은 기차를 타면 정방향을 선호한다. 앞을 바라보며 가는 건 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역방향, 즉 과거를 회상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삶의 역방향을 바라보는 일은 그래서 고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두 방향을 모두 바라보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순간이 더욱 특별해진다.

 

모든 고기를 즐긴 후, 다른 요리가 나왔다. 각종 해물이 적당히 담긴 해물짬뽕과 보기만 해도 맛이 느껴지는 김치전도, 볶음밥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여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단순하게 고기를 파는 식당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돌아보며 삶의 해답을 발견할 수 있게 했으니까. 수많은 수식어가 동시에 떠올랐다.

'하루를 선물해 주는 특별한 공간'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공간'

'음악과 고기, 그리고 삶의 향을 즐기는 식당'

 

아니, 이게 좋겠다.

'영혼의 허기마저 채워주는 공간'

이영랑 기자  mho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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